신들을 위한 공간에 들어선 치히로
덜컹거리며 달리는 차 안으로 불만 가득한 치히로와 부모님이 보입니다. 치히로는 자신들의 친한 친구를 두고 시골의 작은 마을로 이사 가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친구가 선물로 준 꽃다발과 엽서를 바라봅니다. 거기에는 치히로를 응원하는 친구들의 다정한 메시지가 적혀 있습니다. 치히로는 자신의 마음을 공감받기를 바라면서 부모님께 투정을 부려보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런 치히로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새로운 마을이 어색한 건 치히로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가보는 길에서 헤매다가 그만 이상한 숲길로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결국 원래 가려고 했던 길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낡은 터널 입구였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치히로의 부모님은 터널을 건너가 보자고 이야기하고, 치히로는 혼자 차에 남기 싫어 같이 가기로 합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니 오랫동안 방치된 것 같은 테마파크 건물이 보입니다. 지나다는 사람이 없는지 아무도 없는지 가게 문들은 다 닫혀있고 조용하지만, 맛있는 음식만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장시간 이동으로 배가 고팠던 부모님은 주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치히로는 가게 주인에게 혼이 날 것이라며 그들을 말렸지만, 부모님은 이미 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음식에 열중합니다. 치히로는 그런 부모님을 뒤로하고 테마파크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합니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치히로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발견합니다. 그는 이곳에 살고 있던 하쿠라는 인물이었습니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여기에는 사람이 오면 안 되는 곳이라며 어서 나가라고 합니다. 깜짝 놀란 치히로는 부모님을 데리러 가지만 부모님은 이미 돼지로 변해서 치히로를 못 알아보고 돼지 울음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돌아왔던 길을 혼자 달려간 치히로는 이미 강에 물이 차서 나갈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부모님도 잃고 혼자가 된 치히로 옆으로 처음 보는 이상한 검은 물체들이 지나가기 시작합니다. 치히로의 가족들이 들어왔던 곳은 바로 신들이 휴식을 위해 머무르는 온천탕이었던 것입니다.
치히로, 살기 위해 일을 시작하다
치히로는 이런 상황을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꿈일 것이라며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몸이 점점 투명해지는 것을 보며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구석에 앉아 슬퍼하고 있을 때 하쿠가 찾아옵니다. 그는 치히로에게 이곳의 음식을 나눠주며 몸이 투명해지지 않으면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쿠의 말을 믿고 위로를 받으며 마음이 진정된 치히로는 부모님을 다시 찾기 시작합니다. 부모님은 일을 하지 않고 음식을 많이 먹어버렸기 때문에 벌로 돼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유바바라고 하는 마녀가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하는데, 일을 하지 않는 요괴나 사람은 제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고자 한다면 유바바는 그게 누구라도 일자리를 주어야 합니다. 하쿠는 치히로에게 가마 할아버지를 찾아가 일을 달라고 요청하라고 이야기합니다. 가마 할아버지는 온천장 물을 끓이거나 약재탕을 만드는 일을 하는 할아버지로 가파른 계단을 내려간 건물에서 수많은 먼지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미 일손은 충분하다며 자신에게 밥을 주러 온 린에게 치히로를 맡깁니다. 린은 치히로에게 유바바에게 가는 길을 알려줍니다. 자신의 부모님을 돼지로 만들어버린 유바바가 무서웠지만, 자신이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꼭 일을 얻어야 했기 때문에 치히로는 끈질기게 일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유바바는 어쩔 수 없이 치히로에게 일을 주기로 하고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계약서 하단에 작성된 치히로의 이름을 보고 너무 길다면서 센이라고 바꿔버립니다. 앞으로 치히로는 여기에서 센이라는 이름을 살아가면서 유바바가 주는 일을 해나가기로 합니다.
잃어버린 이름을 찾은 센과 하쿠
사실 유바바는 일을 하러 찾아온 요괴나 사람들의 이름을 빼앗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빼앗긴 사람은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유바바가 시키는 일에만 집중해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센은 계약하고 나서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릴 뻔했지만, 친구가 준 엽서를 보고 다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게 됩니다. 반면에 하쿠는 아주 예전에 유바바의 부하가 되고 나서부터 자신의 원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채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바바가 목숨이 위험한 일을 시켜도 거부하지 못하고 충실하게 그 일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하쿠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센의 앞에 나타납니다. 유바바의 명령으로 제니바의 도장을 훔쳐 나오다가 제니바의 저주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유바바는 그런 하쿠를 보고도 치료를 해주거나 돌봐주지 않고 바로 처리해버리려고 합니다. 놀란 센은 하쿠 앞을 막아서서 그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센에게는 일을 하면서 받은 만병통치약이 하나 있었습니다. 하쿠가 걸린 저주를 풀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약을 먹였더니, 하쿠가 제니바의 도장을 토해냈습니다. 겨우 위기를 넘긴 하쿠는 잠시 쉬기로 하고 센은 제니바를 찾아가 사과를 하고 도장을 돌려주기로 합니다. 제니바가 사는 늪으로 가기 위해선 6개의 기차역을 지나가야 했지만 친구를 살리기 위해서 모험을 떠나기로 합니다. 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센은 의외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제니바의 집으로 향합니다. 제니바는 솔직하고 친구를 위할 줄 아는 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센이 유바바의 마법에 당하지 않도록 부적을 하나 건네줍니다. 이제 다시 원래 있던 온천탕으로 가려던 센은 자신을 데리러 온 하쿠를 만나게 됩니다. 하쿠의 등에 타서 가던 중에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이 떠오릅니다. 강 근처에서 놀다가 그만 강물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때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던 일입니다. 그때 자신이 빠졌던 강 이름은 코하쿠 강으로, 하쿠의 원래 이름이 '코하쿠누시'라는 것을 떠올립니다. 자신의 원래 이름을 듣고 기억을 되찾은 하쿠는 유바바에게 뺏긴 힘을 되찾습니다. 치히로와 코하쿠가 된 그들은 당당히 유바바의 앞에 섭니다. 그리고 유바바의 계략에 빠지지 않고 치히로는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