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파리의 어시장 한 귀퉁이에서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려진 비운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천재적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놀라운 후각능력 덕분에 그는 고아원, 가죽공장을 거치면서 힘든 삶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가죽 심부름을 나간 어느 날 길 위의 무수히 많고 다양한 냄새 속에서 과일을 파는 한 여인의 체취에 빠져들어 쫓아가다 갑작스럽게 그녀를 목 졸라 죽이게 되었습니다. 죽은 시신에서조차 남은 체취를 갈망하던 그는 시신의 온기가 식는 만큼 사라지는 체취를 간직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유명한 향수 제조자인 주세페 발디니를 찾아가게 됩니다. 일개 가죽 배달부인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를 무시하던 발디니는 그르누이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과 후각 능력을 금세 알아봅니다. 발디니 밑에서 일하면서 그르누이는 향기, 엄밀히는 사람의 체취를 간직하는 여러 방법들을 실험합니다. 발디니는 그르누이의 향수 제조법을 받는 대가로 그가 그토록 원하는 냄새의 보관법을 알려주기로 합니다. 그르누이의 향수 제조법 덕분에 발디니의 향수가게는 빠른 속도로 옛 명성을 되찾게 되지만 그르누이가 원하던 냄새 보관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발디니는 미쳐 날뛰는 그르누이에게 향수 제조로 유명한 향수의 도시를 소개해주고 여행 허가서를 작성해 주는 한편 그에게서 수백 가지 향수 제조법을 얻게 됩니다. 그르누이는 새로운 곳에서 꽃 향기를 추출하는 일을 하는 동시에 스스로 냄새를 가둬두기 위한 방법들을 실험합니다. 몸에 유지를 발라 체취를 흡수하는 방법이 효과를 보이자 그르누이는 마을 처녀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하나둘씩 그들의 체취를 수집해 나갑니다. 결국 총 13번의 살인(첫 살인을 포함하면 14번)을 저지르고 그에 대응하는 13개의 체취를 모으고 조합하여 세상에 없던 향수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살해한 여인의 강아지가 마당에 묻혀있던 여인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망가다 붙잡힌 그르누이는 살인죄로 사형대에 오르게 됩니다. 새롭게 만들어 낸 향수는 사형대에 모인 모든 군중을 매혹시켜 사로잡고, 서로가 서로를 육체적으로 탐하는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게 됩니다. 주인공 그르누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자신이 태어났던 어시장으로 돌아가 자신이 만든 향수를 머리부터 온몸에 뿌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르누이의 뼈 하나 안 남기고 다 먹어치우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2. 인물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은 그르누이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지만 출생부터 이어지는 어두운 기운과 무색무취의 존재인 그르누이는 언제나 소극적이고 내성적으로 보이지만 냄새를 맡고 그 냄새를 쫓아가는 데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입니다.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버림받아서인지 원작에서 묘사하듯 아무런 체취가 없어서인지 그는 다른 사람 앞에 자신 있게 나서질 못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결핍 속에서 냄새, 더 정확하게는 처녀들의 체취에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이고 종국에는 허무함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3. 감상
영화 속 장면들, 그리고 영화를 관통하는 서사는 사람에 따라서 엄청난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냄새라는 감각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내내 파리의 어시장의 비린내와 가죽공장의 동물 사체가 썩는 냄새, 그리고 처녀들의 체취와 마지막 향수까지 직접 코로 맡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10여 년 전 원작소설을 읽고 나서의 그 감정이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금 휘몰아치며 생생해지고, 글 속에서 상상하던 장면과 인물들의 모습이 실제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소중한 경험을 이 영화 덕분에 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 영화를 약 5년이 지난 지금 우연히 접하게 되었지만 '향수'라는 소설, 그리고 영화는 앞으로도 제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본 리뷰 속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영화 향수(드림웍스)에 있으며 출처는 왓챠피디아입니다. *